마사지샵에서도 멈추지 않는 입 – 90분 동안 관리사 귀에 피나게 한 썰 > 자유게시판

🎤 첫 번째 라운드 – 예약부터 수다 예열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사지샵을 ‘수다방’으로 오해하고 다니는 인간이다.

몸은 뭉쳐도 입은 풀려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일명 수다 마라토너.

그날도 예약 전화를 할 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혹시 말 걸어도 되나요? 제가 조금… 이야기가 많은 편이라…”

실장님이 멋쩍게 웃으며 “편하게 대화하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아마 그때 이미 관리사님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셨을 것이다.

🧩 두 번째 라운드 – 오일 향에서 시작된 토크 폭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준비가 끝나 있었다.

긴장된 표정을 풀 틈도 안 주고 첫 질문을 쏘아붙였다.

“혹시 이 아로마 오일 어디서 사세요? 향이 너무 좋네요. 집에서도 쓰면 좋을 것 같아서요.”

관리사님이 부드럽게 어깨를 눌러주며 대답했다.
“저희는 전용 오일 써요. 인터넷으로는 잘 안 팔아요.”

아,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런데 내 뇌에는 이미 10가지 질문이 대기 중이었다.

“아 그렇구나! 근데 혹시 이 동네에 추천 맛집 있나요? 저는 근처에 고깃집 하나 가봤는데 사장님이 고기를 너무 못 구워서 제가 다 구웠어요.”

관리사님은 “아… 네…” 하며 가볍게 웃었지만, 그 순간 내 입은 90분간 멈추지 않을 운명이었다.

🎯 세 번째 라운드 – TMI 열차에 올라타다

어깨 마사지가 시작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토크 모드에 진입했다.

“저 사실 어깨가 자주 뭉치는데요, 아마 컴퓨터 할 때 자세가 안 좋아서… 예전에 한의원에서 추나요법도 받아봤어요. 혹시 관리사님은 어디서 배우셨어요?”

질문이 끝없이 꼬리를 물었다.

연애 이야기, 취미 이야기, 친구 결혼식 뒷담화까지.

관리사님은 “네… 그러셨구나…” 하고 대답하며 점점 눈빛이 멀어져갔다.

30분이 지났을 때, 그분의 영혼이 살짝 방황하는 게 느껴졌다.

아… 이분 귀에 지금 경보음 울리고 있겠다…

하지만 나의 입은 멈출 줄 몰랐다.

🫢 네 번째 라운드 – 5분 침묵 도전 실패

50분쯤 지났을 무렵, 관리사님이 살짝 말을 멈추셨다.

“혹시… 조금 편하게 누워계셔도 돼요. 대화는 나중에 하셔도 괜찮습니다.”

나는 민망해서 “아 네… 조금 조용히 해볼게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정적이 찾아왔다.

그런데 내 침묵 인내심은 딱 5분짜리 배터리였다.

머릿속에서 마지막 카드가 튀어나왔다.

“근데 혹시 여기 언제 오픈하셨어요?”

관리사님의 미소에서 뭔가 체념 비슷한 감정이 스쳤다.

🎁 마지막 라운드 – 시간 순삭과 관리사의 진심

그렇게 90분 동안 나는 숨 쉬듯 대화를 이어갔다.

관리사님은 마지막에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조용히 말했다.

“말씀 많이 나눠주셔서… 시간이 금방 갔네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금방 갔다는 건 혹시… 지옥이 빨리 끝났다는 뜻 아닐까…

샵 문을 나서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다음에는… 정말 다음에는 조금만… 조금만 참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