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세수를 하며 거울을 보는데, 가끔 그 안의 내가 낯설다. 밤새 꾸었던 꿈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현실의 나는 또다시 "오늘은 뭘 잘못할까" 하는 걱정부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비판보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훨씬 가혹하다. "너는 왜 이것도 못해?"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친구들은 내가 꼼꼼하고 책임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건, 그 뒤에 숨은 강박적인 완벽주의다. 프레젠테이션을 열 번도 넘게 수정하고, 메시지 하나 보내는 데도 몇 분씩 고민한다. 100점이 아니면 0점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마음은 어디서 온 걸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나 자신이 때로는 가장 무서운 감시자가 된다.
길을 걸으면서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아무도 관심 없을 텐데 말이다. 카페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도, 보이지 않는 관객들이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런 상상 속 시선들이 나를 위축시키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방해한다.
3년 전 회사에서 실수했던 일이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이미 해결된 일이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텐데, 나만 그 기억을 붙잡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도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과거의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현재의 내가 미래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SNS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을 본다. 승진한 동기, 결혼한 친구, 여행 다니는 지인들. 머리로는 각자의 삶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마음은 자꾸 비교하려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라는 자책이 뒤따른다. 내 속도로 살아가는 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남의 잣대로 나를 재고 있는 모순된 모습을 발견한다.
최근에는 이런 나 자신과 화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명상 앱을 깔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매일 되새긴다. 친구와 대화하듯 나에게 말을 거는 연습도 하고 있다.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한 마디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나 자신이라면, 나를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