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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정리 후 발견한 10년 전 물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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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이야기
196 · 25-08-08 01:19

방 정리를 시작한 건 순전히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더 이상 발 디딜 틈 없이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며,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고, 입지 않는 옷가지들을 분류하며 방의 한구석에 놓인 낡은 상자를 발견했다. 겉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추억 상자'라고 쓰여 있었다. 십 년 전, 철없던 내가 남긴 작은 흔적이 잊고 지낸 시간의 서랍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었다.


먼지 속에서 발견한 나의 작은 음악 상자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자, 오래된 편지들과 빛바랜 사진들 사이로 검은색 플라스틱 덩어리가 나타났다. 십 년 전, 내 손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2세대 아이팟 셔플이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에, 옷깃이나 가방에 꽂고 다니기 좋았던 그 시절의 필수품. 옆면에는 수많은 흠집이 가득했고, 이미 충전 케이블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었다. 그저 덩그러니 남은 이 작은 기기는 나의 십 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하나의 유물처럼 느껴졌다.


그때를 채웠던 감정과 노래들


아이팟을 손에 쥐자 묘한 감각이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재생 버튼을 눌렀지만 배터리가 다 닳았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선명하게 10년 전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걷던 하굣길, 풋풋했던 첫사랑의 설렘을 노래하던 인디 밴드의 음악. 친구들과 떠들며 밤을 지새우던 날들의 배경이 되었던 신나는 댄스곡. 그리고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듣던 감성적인 발라드까지. 이 작은 기기는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내 감정의 기록이자 매일의 일기장이었다.


변해버린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십 년이라는 시간은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당시의 나는 작은 고민에도 밤잠을 설치며 세상의 끝인 것처럼 여겼지만, 지금의 나는 좀 더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아이팟 셔플 속의 음악들은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에 묻혀 빛바랜 추억이 되었지만, 그 멜로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진다. 변해버린 나 자신과 여전히 남아있는 그때의 감정들 사이에서, 나는 문득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 있던 나의 보물


정리의 목적은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낡은 아이팟 셔플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선 이 순간, 나는 공간이 아닌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십 년 전의 내가 남긴 이 작은 흔적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일부를 되찾아주었다. 이제 다시 상자를 덮고 아이팟을 제자리에 놓아두었다. 언젠가 다시 정리를 하는 날이 오면, 또 다른 추억이 담긴 물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 있던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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