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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잠기고, 사람은 기억한다 — 519mm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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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트
115 · 25-07-18 11:14


🎞️ 프롤로그: 하늘이 먼저 울었다



7월의 하늘은, 언제나처럼 파랬다.

그러나 16일 아침, 충남 서산의 하늘은 뭔가 이상했다.

먹구름이 심장을 꿰뚫듯 무겁게 내려앉았고, 바람은 평소보다 숨을 더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하늘은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빗방울이 아니라, 200년에 한 번 내리는 괴물의 눈물이었다.

도시는 처음엔 그 눈물을 가볍게 여겼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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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막: 서산의 폐허 — 땅이 젖어 우는 소리



서산.

이틀간 519mm의 비가 쏟아졌다.

하루 만에 438mm. 시간당 114.9mm.

숫자는 숫자일 뿐이었지만, 그것이 가져온 현실은 절망이었다.

도로는 강물이 되었고, 사람들은 길 대신 창문을 택해 대피했다.

집은 물고기처럼 잠겼고, 학교는 노를 젓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섬이 되었다.


도로는 말했다.


“나는 길이 아니라, 오늘부터 강이다.”


전봇대는 울었다.


“내 몸에 감긴 선들마저, 이제는 아무것도 전하지 못한다.”





🌧️ 제2막: 광주 — 도시가 침몰하다



17일.

하늘은 다음 목표를 정했다.

이번엔 광주였다.

그리고 그 도시는 하루 만에 412.7mm의 비를 품었다.

상무역은 침묵했고, 지하철역은 바다처럼 잠들었다.

어둠과 물이 동시에 내려앉은 도시.

광주의 시간은 잠시 멈췄다.


자동차들은 마치 기억을 잃은 듯 도로 위에 고요히 서 있었고,

아파트 단지는 연못이 되었고,

주민들은 문을 열자마자 발밑에 바다가 펼쳐졌다.


누군가는 말했다.


“오늘, 우리 집은 집이 아니라 작은 배였다.”





🛟 제3막: 구조 — 사람의 손이 닿은 희망



충남 밀양의 한 노인요양원.

진흙탕물이 건물을 삼키고 있었다.

환자 56명, 직원 몇 명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것은 구조대였다.

그들의 손에는 노가 없었다. 대신 희망이라는 노력이 있었다.


보트는 물살을 갈랐고, 사람들은 한 명씩 구조되었다.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구조대는 말이 없을수록 더 믿음직했다.

그들은 도시가 잠기고, 하늘이 울어도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았다.





✈️ 제4막: 멈춰버린 나라



김해, 광주, 여수, 청주…

공항들은 하늘을 잃었고, 비행기들은 날개를 접었다.

철도는 길을 잃었고, 고속도로는 통제를 당했다.

여객선은 바다를 등졌고, 육지와 바다와 하늘은 모두 잠들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이 땅이, 그날만큼은 움직이지 못하는 하나의 거대한 섬이었다.

비는 그 모든 것을 잠시 멈춰 세우고,

사람들에게 잊고 지냈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 제5막: 대통령, 재난상황실로 향하다



7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찾았다.

그의 표정은 무거웠고,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보고를 받으며,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정치가 아닌 인간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이 비에 잠기지 않도록 함께하자.”





📜 에필로그: 물이 빠지고 난 뒤에 남는 것



19일 아침, 비는 잦아들었다.

하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파랗게 빛났다.

그러나 도시의 구석구석엔 비의 흔적이 남았다.

무너진 담장, 젖은 교과서, 밀려든 진흙,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비는 지나갔지만,

그날을 겪은 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이 폭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비는 죄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었는지,

그 준비의 무게만큼 피해는 나뉜다.”


이 이야기는 하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지켜주고 있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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