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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단속 후기: 평생 단골 가게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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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TV
177 · 25-07-11 07:04

🌿 1. “어제까지 잘 가던 곳이 오늘 사라졌다”


늘 그렇듯, 지독하게 피곤한 월요일이었다.
회사의 끝나지 않는 야근에 기계처럼 움직이던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던 저녁.
내 유일한 탈출구는 집 근처 3층 상가 구석에 있던 작은 마사지 가게였다.

그곳은 간판마저 바랬고, 문을 열면 달그락거리는 종소리가 늘 어설펐다.
하지만 그곳에만 가면 내 몸은 마치 기적처럼 다시 살아났다.
10년을 넘게 다녔으니, 이곳이 얼마나 내 일상의 일부였는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예약을 하고, 문을 열었다.
익숙한 향, 늘 한결같은 관리사 선생님의 미소, 반쯤 졸린 듯한 고양이 한 마리.
모든 게 평화로웠다.
마치 이 작은 공간은 세상과 분리된 시간의 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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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소문은 늘 너무 늦게 들려온다


이상하게도 마사지가 끝난 뒤,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평소처럼 농담을 던지자, 억지로 웃으며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주셨다.

“혹시라도 연락이 안 되면 여기로 전화해요.”

그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가게 번호 바꾸나 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깨부쉈다.
커다란 파란색 봉인 스티커.
“영업정지.”

그 아래에는 공문 한 장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불법 마사지 영업 및 관련 위반 사항 적발.’
순간 머리가 띵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곳은 내 평생 단골 가게였는데, 하루 만에 범법 업소가 되어 있었다.



🌿 3. 단속의 순간, 문틈으로 스며든 긴장감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단속은 새벽 2시에 이루어졌다고 했다.
어디서 본 적도 없는 검은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가게 문을 두드리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손님 몇은 깜짝 놀라 황급히 옷을 추스르다 넘어지고,
관리사 선생님들은 허둥지둥 서류를 꺼내 보이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날 현장에서 모두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평소엔 조용하기만 하던 복도에, 어색한 기침 소리와 경찰 무전음이 뒤섞였다.
누군가는 뒷문으로 빠져나가려다 붙잡혔고,
누군가는 울면서 “우린 진짜 성실하게 했어요”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며, 그 장소에 내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어쩌면 평생의 단골집에서 마지막 마사지를 받던 그 순간,
문이 쾅 하고 열리면서 내 일상의 작은 평화도 함께 부서졌을 것이다.



🌿 4. 남겨진 것은 싸늘한 문과 공허한 기억


며칠 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가게를 찾았다.
계단을 오르는데 가슴이 쿵쾅거렸다.
혹시 봉인 스티커가 거짓말이길 바랐다.
하지만 문 앞에 서자 현실이 다시 선명하게 다가왔다.

문짝엔 커다란 공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이 시설은 영업이 금지되었습니다.”

문틈으로 바라본 내부엔, 내가 앉았던 소파와
언제나 따뜻하던 전기방석이 그대로 있었다.
그 모든 익숙함이 이제는 유리벽 너머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그곳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면, 마지막에 좀 더 고맙다고 말해둘 걸.’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한 공간에
이별 인사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 5. 작은 가게의 몰락, 그리고 나의 허전함


가게가 사라지고 나니, 허전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늘 있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건 이상하게 마음을 파먹었다.
퇴근길마다 “오늘은 갈까?” 생각하는 순간,
텅 빈 계단과 봉인 스티커가 떠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했다.
“뭐, 또 좋은 데 생기겠지.”
하지만 그곳은 단순히 마사지를 받는 장소가 아니었다.
사람 냄새 나던 공간, 내 몸과 마음을 달래 주던 쉼표 같은 곳이었다.

그 마지막 밤에, 평소처럼 농담을 던지던 선생님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어쩌면 그때 이미 알고 있었을까.
이제 곧 모든 것이 끝나리라는 걸.


🌿 6. 다시 찾을 수 없는 일상의 작은 사치


사람들은 늘 새로운 걸 찾으라고 말한다.
“요즘 프랜차이즈 마사지 샵도 좋다더라.”
“비대면 예약도 되고,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좁은 계단과 낡은 종소리가 그립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오가던 그 길이
이제는 조심스레 추억으로 변해 버렸다.

어쩌면 내 인생에 다시는 그런 공간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 단속의 순간을 상상한다.
문득 열리는 문, 서둘러 치워지던 영수증 뭉치,
긴장에 떨리던 목소리.

그 모든 풍경이 참 쓸쓸하면서도,
기묘하게도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낯선 마사지샵의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어제까지 있던 그곳이, 이제 없다는 사실을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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