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으니 인생이 달라 보인다 > 자유게시판
서른이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시간에 대한 인식이다. 이십 대 초반만 해도 시간은 무한정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주말 늦잠도 예전처럼 마냥 달콤하지 않다. '아, 또 반나절을 잠으로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십 대에는 많은 사람들과 넓고 얕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SNS 친구 수가 인맥의 척도인 것처럼 여겨졌고, 모든 모임에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서른을 넘기면서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건 몇 명이나 아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가였다.
요즘은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몇 사람과의 시간이 훨씬 값지다. 함께 있어도 편안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이런 관계들을 발견하고 나니, 인간관계의 질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걸 실감한다.
대학 졸업 후 몇 년간은 남들과 비교하며 살았다. 동기들의 연봉, 직급, 결혼 여부까지 신경 쓰며 조급해했다.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라는 자책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서면서 성공에 대한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의 나에게 성공은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매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 이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진짜 성공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십 대의 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서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른을 넘기면서 완벽함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요리를 배우다가 음식을 태우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들 자체가 즐겁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의 여유가, 삶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했다. 조용한 공간에 혼자 있으면 불안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주말 오후, 창가에 앉아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 아무 계획 없이 동네를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 이런 시간들이 나를 더 잘 알아가게 해주고, 마음의 평화를 준다.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나 자신과 편안하게 지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