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특별한 선택
주말 오후, 지친 몸을 이끌고 오랜만에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바로 스웨디시 마사지. 평소보다 유난히 피로가 쌓였던 일주일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이 단단히 굳어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집 근처 새로 생긴 스파에서 ‘스웨디시 전문 관리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약을 넣었다.
내심 기대했던 건, 그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90분간의 힐링이었다. 그런데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마사지’ 그 이상이었고, 나는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묘한 미소가 지어진다.
첫인상은 고요했지만
마사지샵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은은한 아로마 향과 조용히 흐르는 재즈 음악이 나를 반겨주었다. 프런트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거기엔 내 관리사로 배정된 여성분이 서 있었다. 긴 생머리와 또렷한 눈매가 인상적인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편하게 준비하시고 눕기만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매우 프로페셔널했다. 손끝에 전해지는 압력이 일정했고, 리듬감 있게 근육을 눌러주면서도 긴장을 풀어주는 느낌이 탁월했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마사지 기술보다도 그녀의 말투와 시선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서비스 차원의 친절함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유독 다정했던 터치
마사지가 중반을 넘어갈 즈음, 그녀는 내 어깨를 누르며 가볍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요즘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승모근이 딱딱하게 굳었네요.” 그 말 한마디가 어쩐지 따뜻하게 들렸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일이 좀 많았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스트레스 풀 땐 스웨디시만한 게 없죠”라며 살짝 웃었다.
이상하게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이 허리를 스치고, 팔을 따라 천천히 올라갈 때마다 내 감각은 점점 예민해졌다. 단순한 마사지라기보다는 무언가 더 교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마사지 끝, 예상치 못한 순간
9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수건을 정리해주던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혹시, 다음에 또 오시면 제 이름 말씀해 주세요. 더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나가려 했지만, 그녀는 살짝 머뭇거리다 작은 메모지를 건넸다.
거기엔 관리사의 이름과 함께 번호가 적혀 있었다. 순간 멍했다. ‘스웨디시 관리사 번호’를 받는 일이 현실에 가능할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설레면서도 약간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꼭, 다시 오세요.” 그녀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나는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은 채 샵을 나섰다.
그 후, 그녀에게 연락을 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스웨디시 관리사 번호를 받았지만, 이것이 단순한 고객 관리 차원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호감의 표현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넣기를 반복했고, 결국은 용기를 냈다. 단순한 안부 문자로 시작한 연락은 서서히 이어졌고, 우리는 몇 차례 더 마주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이 글의 본론이 아니다. 다만 그날의 특별한 경험은 내 일상에 묘한 여운을 남겼고, 지금도 ‘그녀’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 가슴 한켠이 간질거린다.
남는 건 설렘, 그리고 기억
우리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때로는 지친 삶에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스웨디시 관리사 번호를 받았던 그날처럼 말이다. 지금은 연락이 뜸해졌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내 삶에 작지만 확실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날 내가 느꼈던 따뜻한 손길,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 그리고 번호가 적힌 작은 메모지 한 장.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 필요한 건 아주 작은 계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