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잠들기 전에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심지어 식사를 하면서도 제 손은 무의식적으로 쇼핑 앱을 탐색했죠.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보다 '세일이라서', '예뻐서', '남들이 사니까' 구매하는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쌓여가는 택배 상자와 옷장 속 태그도 떼지 않은 새 옷들을 보며 순간의 만족감은 허탈함으로 바뀌는 악순환. 저는 온라인 쇼핑 중독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죄책감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날이었습니다.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은 마치 공허한 제 마음을 채워줄 열쇠 같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소유하는 순간의 짜릿함은 그 어떤 감각보다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그 황홀함은 짧았고, 곧 더 큰 허탈감과 ‘나는 왜 또 이렇게 무의미한 소비를 했을까’ 하는 자괴감으로 돌아왔죠. 물건을 사고 또 사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물건을 사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불안감과 허전함을 잊기 위해 쇼핑을 수단으로 삼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모든 택배 박스가 사실은 채워지지 않는 제 마음의 구멍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접하게 된 '제로 웨이스트' 다큐멘터리는 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매일같이 버려지는 쓰레기들과 그로 인해 병들어가는 지구의 모습은 제 무의미한 소비 행태와 정확히 겹쳐 보였습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물건으로 채우는 삶이 아닌,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는 삶.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으니, 일상에서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플라스틱 물병 대신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 사용을 습관화했습니다. 세제와 샴푸도 리필 스테이션을 찾아가 충전했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재료 구매 계획을 철저히 세웠습니다.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쇼핑 앱을 삭제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했습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쓰레기통이 비어가는 만큼, 제 마음속 잡동사니도 함께 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끊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며, 저는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발견했습니다.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니 통장 잔고가 늘어났고, 무엇보다 ‘무엇이 내게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기농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며 건강한 삶을 찾았고, 낭비 없는 생활이 주는 자부심은 제가 쇼핑으로 얻었던 순간적인 만족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채우기보다 이미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척박해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간과 시간이 생겼고, 그 빈자리를 독서, 운동, 자연과의 교감 등 새로운 경험들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물건이 아닌, '경험'이 주는 만족감은 훨씬 더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온라인 쇼핑 중독을 극복하고 제로 웨이스트 삶을 택하면서 저는 진짜 저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불필요한 소비에 흔들리지 않고, 저 자신과 지구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는 '진정한 소비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