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스마트폰으로 카드 앱을 켜고 포인트 잔액을 확인하던 순간이었다. 37,542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문득 이 숫자들이 내가 지난 3개월간 살아온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시는 아메리카노, 주말마다 장을 보던 마트에서의 결제, 가끔 친구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까지. 신용카드 포인트는 그저 적립되는 혜택이 아니라, 내 일상의 작은 증명서였던 것이다.
처음엔 단순했다. 카페에서 결제할 때마다 쌓이는 몇십 점의 포인트를 모아 가끔 무료 음료 쿠폰으로 바꾸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포인트로 받은 라떼를 마시면서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이거 공짜네.'
그 순간의 기분이 이상하도록 좋았다. 같은 라떼인데 왜 이렇게 맛있을까? 아마도 신용카드 포인트 활용이 주는 심리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돈을 내지 않고도 얻는 작은 선물 같은 기분.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공짜'라는 단어가 주는 마법은 유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각 카드사별 적립률을 비교하고, 가맹점별 혜택을 따져가며 결제 수단을 선택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유소에서는 A카드(5% 적립), 마트에서는 B카드(3% 적립),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C카드(10% 적립). 지갑 속 카드들이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뿌듯했다.
친구들은 "너 진짜 꼼꼼하다"며 웃었지만, 한 달에 2-3만원 정도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신용카드 포인트 여행을 다녀왔다. 1년간 모은 25만 포인트로 제주도 항공료와 숙박비를 해결한 것이다.
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본 제주 바다가 유독 푸르게 보였던 이유는 뭘까? 아마도 내가 직접 모은 포인트로 떠난 여행이라는 특별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같은 풍경이어도 '공짜로 온 여행'이라는 프레임이 모든 순간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었다.
숙소에서 만난 다른 여행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포인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포인트가 쌓인 줄도 모르고 지내거나, 소멸될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나는 신용카드 포인트 활용법을 더욱 체계화했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앱을 켜서 포인트 현황을 점검하고, 소멸 예정인 포인트가 있는지 확인한다.
가장 만족스러운 활용법은 생필품 구매였다. 화장지, 세제, 샴푸 같은 기본적인 생활용품들을 포인트로 주문하면 한 달 생활비에서 5-7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이 돈으로 평소 사먹기 망설여지던 비싼 디저트를 사거나, 책을 한 권 더 살 수 있다.
요즘 들어 깨닫는 건, 신용카드 포인트는 단순한 적립 혜택을 넘어선 무언가라는 점이다. 그것은 내가 소비하는 모든 순간에 조금 더 의식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어떤 카드로 결제할지 고민하는 3초, 포인트 적립률을 확인하는 1분, 모인 포인트로 무엇을 살지 계획하는 시간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내 소비 패턴을 돌아보고,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카페에 앉아 포인트로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행복의 비밀, 그것이 바로 포인트 생활의 매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