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과 멘탈을 구원하러 떠났다
나는 원래 이런 충동적인 인간이 아니다.
근데 이번엔 좀 달랐다.
야근 3주 연속에 상사한테 “보고서 이거 맞아?” 한마디 듣고, 바로 베트남행 티켓을 질러버렸다.
뭐랄까, 그 순간 정신이 붕 떠 있었다.
계좌 잔액이 줄어드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지만, 이미 결제 완료.
🛬 1일차 – 야시장으로 직행, 후각과 위장을 탈탈 털리다
다낭 공항에 내리자마자 뜨끈한 습기가 얼굴에 들러붙었다.
호텔에 짐 던지고, 정신 못 차린 채 밤시장으로 갔다.
진짜… 세상 모든 냄새가 한데 모여있더라.
물비린내, 망고향, 고수, 튀김 냄새, 인간의 땀 냄새.
내가 제일 먼저 산 건 망고 스무디였는데, 빨대로 한 모금 빨자마자 “이게 현지의 맛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해산물 꼬치.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한 입 베어물고 맥주 생각이 폭발했다.
혼자 테이블에 앉아 꼬치 4개에 맥주 2캔 비우고 나니, 첫날 밤이 아주 흐릿하게 끝났다.
🌞 2일차 – 바나힐에서 찍소리 못하고, 마사지에서 혼이 빠지다
둘째 날은 바나힐.
아침 6시부터 끌려가듯 투어버스에 올라탔다.
케이블카 탈 땐 “와~” 하면서 감탄했는데, 도착하자마자 폭염에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골든브릿지에서 인생샷 건지겠다고 20분 서 있었는데, 찍힌 사진엔 내 표정이 거의 사망 직전이었다.
한바탕 ‘관광객 코스프레’ 끝내고, 다낭 시내로 내려오자마자 마사지 예약해둔 샵으로 돌진했다.
그날은 아로마 마사지 90분.
근데 이게… 좀 민망했다.
등짝에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사가 속삭이듯 “릴랙스…” 하는데, 숨을 못 쉬겠다.
근육이 풀린 건지 영혼이 빠진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엔 “감사합니다…” 자동으로 읊조리고 나왔다.
🌊 석양에 취하고, 해산물에 또 취하고
저녁엔 미케비치에 갔다.
노을이 바다에 스며드는 광경이 참 거창하게 예뻤다.
혼자라 조금 외로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멜로 영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해변 근처 식당에서 시푸드 플래터를 시켰는데, 테이블에 바닷가재, 조개, 새우가 수북했다.
솔직히 다 먹을 자신 없었는데, 배에 쑤셔넣었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뱃살을 부여잡고 생각했다.
“이틀 만에 몇 kg 찐 것 같다…”
근데 이상하게 후회는 안 됐다.
🛍️ 3일차 – 기념품 쇼핑에 영혼까지 털림
마지막 날 아침.
한강시장에 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말린 망고, 베트남 커피, 라탄가방까지 한 가득 담아놨다.
내 작은 캐리어는 이미 사망.
점원에게 테이프까지 빌려서 겨우 싸맸다.
점심은 반미.
바게트에 고수 잔뜩.
처음엔 “이 풀냄새 뭐야…” 했는데, 몇 번 씹다 보니 묘하게 중독됐다.
입에 묘하게 남은 향이 아직도 기억난다.
✈️ 귀국 – 단 2박3일, 그래도 살아있다는 느낌
공항에서 대기하는데, 짧았던 이틀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왜 떠났을까?’ ‘왜 이렇게 급했을까?’
근데 이상하게도 답은 간단했다.
“그냥 살아있고 싶어서.”
비행기에서 창밖을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또 올 거다. 그리고 그때도 폭주하듯 다 먹고, 다 받아야지.”
그 짧고 진한 2박3일.
내 멘탈과 몸이 잠깐이라도 숨을 돌린 시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