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생활, 지루함만 가득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외부 활동에 신경 쓰느라 놓치고 살았던 수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삶을 더 풍요롭게 채워 넣을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에는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기력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작은 변화들을 시도했고, 그 결과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었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바깥에서 보내던 수많은 시간이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목표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책 한 페이지라도 읽기, 10분이라도 스트레칭하기, 그리고 매일의 감정을 기록하기 등.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습관이 되었고, 이 작은 노력들이 모여 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스트레칭을 통해 몸이 가벼워지고,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으며, 감정 기록을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나에게는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예전에는 취미라고 하면 왠지 거창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요가 학원에 등록하거나, 전문적인 장비를 갖춰야 하는 것처럼. 하지만 집콕을 하면서 이런 편견이 깨졌다.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고 소소한 취미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평소에 관심 있었던 커피 드립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복잡한 도구가 없어도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훌륭한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은 그 어떤 값비싼 카페보다 더 큰 행복을 주었다. 또한, 베이킹에 도전해 직접 빵과 쿠키를 만들기도 했다. 서툰 솜씨지만 재료를 섞고,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가 만든 빵과 쿠키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뿌듯했다. 이처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취미들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그동안 미뤄왔던 집안 정리와 청소를 시작했다. 옷장 깊숙이 박혀 있던 옷들을 꺼내어 정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비워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물건을 비우는 행위는 마치 내 마음속의 불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나는 무엇이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공간이 넓어지고, 마음속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삶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다.
집콕 생활은 나에게 '온전한 휴식'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예전에는 쉬는 날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저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거나,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러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오히려 나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물해 주었다. 나만의 홈시네마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빔 프로젝터를 구매해 영화를 보거나, 향초를 켜고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을 떨어뜨려 아로마 테라피를 즐기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지친 나를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소중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집이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최고의 휴양지가 된 것이다.
집콕은 사람들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들과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함께 게임을 하거나, 화상 통화로 얼굴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람들과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했다. 각자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만나 서로의 진도를 확인하고 격려하며 함께 성장해 나갔다. 물리적인 거리가 주는 제약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집콕은 내게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의 시작을 의미했다.
집콕 생활은 더 이상 무기력함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재정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당신도 집콕을 지루한 시간이 아닌, 나만의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