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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로컬 맛집에서 생긴 일 – 사장님 조카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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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TV
207 · 25-06-25 09:21

솔직히 말하면, 난 관광지보다 현지 로컬을 더 좋아한다.
특히 태국은 ‘길거리 국수’가 진짜 맛집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날도 그렇게, 구글 맵에도 안 나오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갔다.

녹슨 간판, 휘어진 천막, 연기 자욱한 주방.
딱 봐도 ‘여긴 진짜다’ 싶었다.
메뉴판도 없이 태국말만 가득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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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에 앉자, 누군가 내 앞에 냅킨과 물병을 놓았다.
흰 티셔츠에 헝클어진 머리, 눈가에 피곤함이 묻은 얼굴.
그리고 또렷한 눈빛.


“여기 처음이지?”
“응. 방콕은 세 번째지만, 여긴 처음.”
“잘 왔어. 이 집은... 나만 아는 맛이거든.”
“직원이야?”
“아니, 사장님 조카. 가끔 도와줘.”


**


그녀의 이름은 아임(Aim).


20살, 대학 휴학 중, 삼촌 식당 아르바이트.


영어는 꽤 잘했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기생충’ 얘기를 꺼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국수가 나왔다.



쌀국수에 삼겹살이 가득 올라간 ‘꾸에띠오 무댕’.


매콤한 국물, 바삭한 고기, 고수 향이 가득 퍼졌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진짜?”
“진짜. 오늘 첫 번째 손님이니까 특별히 직접 끓였어.”


**


그날부터 난 4일 연속 그 집을 갔다.
두 번째 날엔 그녀가 식사 후 모터사이로 야시장까지 데려다줬고,
세 번째 날엔 태국식 디저트 가게를 함께 갔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음악을 나눴고, 말 없이 걷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졌다.

어떤 날은 그녀가 말했다.


“여행자는 보통 흔적만 남기고 떠나. 근데 넌 좀 다르네.”
“왜?”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 잠깐 들렀다.
가게엔 손님이 많았고, 아임은 주방에 있었다.
우린 눈빛만 주고받았다.

그리고 내가 돌아서기 직전.
그녀가 뭔가를 건넸다.


종이컵에 적힌 한 줄의 영어.


“Come back. I’ll still be here.”



그날 밤, 비행기 안에서 난 깨달았다.
우린 연인이 아니었고, 친구도 아니었지만
그 며칠은 분명히 서로를 기억하게 만든 시간이었다는 걸.

아직도 그 국수 맛을 못 잊는다.


그리고, 그 20살 사장님 조카의 깊은 눈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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