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에 떠오른 어린 시절 꿈 > 자유게시판
조용한 오후, 커피를 내리던 중 창밖으로 내리는 가느다란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까맣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꿈이 떠올랐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낡은 스케치북에 가득했던 작은 우주선 그림들. 빗물처럼 투명하게 다가온 기억의 한 조각이 나의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나는 왜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을까?" 잊혀진 꿈을 마주하는 순간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운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숨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니,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의 내가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꿈을 품고 살았던 나 자신이 새삼스럽게 대견하게 느껴졌다. 꿈은 그저 이루는 것이 아니라, 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어렴풋한 기억을 따라 책장 깊숙한 곳에서 먼지 쌓인 앨범을 꺼내 보았다. 예상대로 그 안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우주 탐험기'라고 적힌 스케치북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유성펜으로 그린 알록달록한 행성과, 뾰족한 로켓들이 나타났다. 그림 옆에는 '토성 고리는 젤리로 만들어서 먹어 볼 거야' 같은 엉뚱한 메모도 발견했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보면 웃음이 나올 만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과학자나 탐험가가 되고 싶었던 순수한 열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 별을 보며 설레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했다. 오늘을 사는 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스케치북을 보며 느낀 한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꿈은 목표가 아니라, 삶을 채우는 태도라는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우주를 향한 나의 동경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밤하늘을 보며 신비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제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꾸려 한다. 물론 로켓을 만들거나 우주로 날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밤 별자리를 찾아보거나,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삶의 작은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지식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의 꿈을 계속 이어가는 방식이 아닐까. 잊고 지냈던 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꿈의 크기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마음속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