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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공포증을 딛고 수영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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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
178 · 25-07-23 00:02

어릴 적, 동네 호수에서 물에 빠진 기억은 내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물이 코와 입을 덮쳤던 그 순간의 공포는 수년간 나를 물에서 멀어지게 했다. 수영장 근처만 가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렸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더 이상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배워 물 공포증을 극복하겠다는 도전을 시작한 이유다.


첫 수업 날, 수영장 문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푸른 물이 잔잔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숨이 가빠졌다. 강사는 내 긴장을 눈치챘는지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물은 당신의 친구예요.” 처음엔 얕은 물에서 발만 담갔다. 차가운 물이 발을 감싸자 온몸이 긴장했지만, 강사의 지시에 따라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과 친해지려 했다. 


물에 얼굴을 넣는 연습은 악몽 같았다. 

공포가 밀려왔지만, ‘이건 내가 선택한 도전이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몇 주가 지나자 물에 뜨는 법을 배웠다. 물 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 공포는 여전히 있었지만, 그 위로 작은 성취감이 쌓였다. 매 수업마다 한계가 조금씩 무너졌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시간이 길어졌고, 자유형으로 5미터를 헤엄쳤을 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뿌듯했다.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나는 물을 이겼다. 아니, 물과 친구가 됐다.”


이 여정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공포를 없애는 게 아니라, 공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수영은 단순한 기술 이상이었다.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용기를 가르쳐줬다. 


아직 깊은 물은 무섭지만, 이제는 그 무서움이 나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물 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어도, 수영을 배우며 내 안의 작은 승리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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