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전,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기 > 자유게시판
어젯밤 또다시 목이 칼칼했다. 환절기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감기 기운. 예전 같으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을 텐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먼저 내 몸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5년 전 만성피로에 시달리던 시절, 나는 병원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 의사는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만 내렸다. 그때부터 시작된 셀프 케어 여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목이 아플 때면 따뜻한 물을 천천히 마시며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충분히 잤는지,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지, 최근 식습관은 어땠는지 되돌아본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늦은 밤 매운 음식을 먹었거나,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고 잤거나, 과로가 누적되었거나.
어릴 적 감기 기운이 있을 때면 할머니는 항상 생강차를 끓여주셨다. "약도 좋지만 몸이 스스로 이겨낼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당시엔 그저 맛없는 차 정도로 여겼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안다.
생강의 진저롤 성분은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멈춰 서는 그 순간이다. 몸의 신호에 집중하고, 스스로를 돌보려는 마음가짐 말이다.
매일 아침 10분씩 하는 스트레칭이 목과 어깨 결림을 많이 줄여주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질병이었는데, 간단한 목 돌리기와 어깨 으쓱하기만으로도 효과를 봤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하루 1.5리터 정도 꾸준히 마시니 두통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탈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증상을 유발한다.
요즘은 간단한 몸 상태 기록을 남긴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속이 불편했는지, 잠을 몇 시간 잤을 때 컨디션이 좋았는지, 운동 후 몸의 변화는 어땠는지. 패턴을 파악하다 보니 내 몸만의 리듬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증상을 셀프 케어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속적인 통증이나 급성 증상, 기존에 없던 새로운 증상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컨디션 난조나 가벼운 불편함은 충분히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셀프 케어는 병원 치료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이다. 내 몸을 더 잘 알게 되니 병원에 갔을 때도 증상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의사와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졌다.
무엇보다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책임감이 생겼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살다가 큰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는데, 이제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늘도 목이 조금 칼칼하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따뜻한 물 한 잔과 충분한 휴식, 그리고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걸 안다. 내 몸과의 대화는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