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몸이 아니라 정신이 혼쭐이 났다.”
회사에서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깨지고, 퇴근길은 비에 젖은 양말처럼 축축했다.
나는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상태로 동네 근처 마사지샵을 찾았다.
리뷰도 좋고, 사진도 그럴싸했다. “아, 오늘은 진짜 힐링이다.”
문을 열자 은은한 향이 퍼졌고, 접수대에 앉은 분이 정중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셨나요?”
“아뇨~ 그냥 지금 시간에 받을 수 있을까요?”
그분, 잠시 당황한 듯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지금은 좀 어려우실 것 같아요. 저희 풀 예약이에요.”
이쯤에서 나도 눈치 챘어야 했다. 예약은 필수였다는 사실을.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근처 카페에서 30분 대기 후 다시 시도.
이번엔 다른 스텝이 나왔다. 근데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멈칫.
그제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후줄근한 반팔티에,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바지, 그리고 슬리퍼.
“혹시 오늘 술은 안 하셨죠?”
“네? 아뇨, 맹물만 마셨는데요…”
“혹시 죄송하지만… 다른 날 다시 오시는 게 어떠실까요…?”
…응?
이게 바로, 내가 예상 못한 퇴짜 2차전이었다.
좌절한 채 나가려는데, 카운터 뒤쪽에서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저번에 뭔가 트러블 있지 않았어?”
“아닌데… 아, 저번 주 비슷한 복장 입은 분이 이상한 요구해서 퇴장 당한 적은 있어.”
…와, 그때 확 느꼈다.
사람은 첫인상과 복장이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동네 마사지샵도, 한 번 이상한 손님이 오면 예민해진다는 걸.
예약은 기본이다.
복장은 너무 편해도 안 된다. 오히려 깔끔한 게 신뢰감을 준다.
그리고, **“진상들이 만든 루머”**는 생각보다 무섭다.
그날 집에 돌아오며, 난 제대로 된 마사지는커녕 정신적 스트레치만 받고 말았다.
웃기지도 않게, 마사지샵에서 퇴짜를 맞고 집에 와서 유튜브로 셀프 지압 영상을 봤다.
근데, 신기한 건 뭐냐면
다음 주에 내가 다시 갔을 때, 나를 기억하고 있더라.
“아, 저번에 오셨던 분이시죠? 오늘은 예약해주셨네요~ 😊”
그때 깨달았다.
처음은 삐끗해도,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걸.
이 글이 마사지를 받으려는 누군가에겐 작은 가이드가 되었길 바란다.
나처럼 퇴짜 맞고 멘붕 오는 일은, 꼭 줄이자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