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일본 IBJJF 아시아 챔피언십 – 나의 마스터2 브라운벨트 -70kg 우승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VIP 광고

🥋 2025 일본 IBJJF 아시아 챔피언십 – 나의 마스터2 브라운벨트 -70kg 우승기

profile_image
뻘글TV
167 · 25-07-11 21:48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대회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 벅찼다.

나는 주짓수를 12년째 해왔지만, 매트 위에 서기 전날 밤만큼은 언제나 마음이 고요하지 않다.

올해 2025 IBJJF 아시아 챔피언십.

장소는 일본 도쿄, 마스터2 브라운벨트 -70kg 부문.

출국 전부터 내 머릿속엔 수십 번 시뮬레이션한 경기 장면이 맴돌았다.


0cf08ababc61b0cebd2e5131a410305028092ee9.webp



🛫 출국 – 긴장과 각오 사이



새벽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짐이라고 해봐야 도복과 벨트, 그리고 미니 마사지건 하나뿐이었다.

주짓수 유니폼이 캐리어를 절반 이상 차지했다.

그 하얀 도복은, 내게 무게 그 이상의 것이었다.

십 년 넘게 땀과 피가 밴 내 두 번째 피부.


비행기가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공기가 달랐다.

마치 도시 전체가 나를 시험하러 오는 것 같았다.

호텔에 도착해 도복을 펼쳐 걸고, 벨트를 매만지는 순간 묘하게 손이 떨렸다.


“이제 진짜구나.”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상상 속에서 수없이 상대의 그립을 풀고, 스윕을 하고, 백을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더 복잡했다.





🏟️ 대회장 – 도쿄의 거대한 아레나



대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벽면에 큼지막하게 적힌 ‘IBJJF ASIA CHAMPIONSHIP 2025’ 로고가 보였다.

이미 수백 명의 선수들이 도복 차림으로 웜업을 하고 있었다.

무릎보호대, 테이핑, 사소한 준비들까지 신경 쓰며 몸을 풀었다.


계체량을 마치자 체중은 정확히 69.2kg.

브라운벨트 -70kg 클래스, 마스터2 디비전.

나와 함께 토너먼트를 치를 이름들이 스크린에 올라왔다.

일본, 홍콩, 대만, 러시아 선수들.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들.

한 번쯤 시합 영상을 찾아봤던 강자들도 있었다.


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벨트를 단단히 조였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제 증명하자.”





🥋 첫 경기 – 긴장된 클로즈드가드 싸움



첫 상대는 일본 선수였다.

경험 많은 브라운벨트답게 클로즈드가드를 집요하게 유지했다.

첫 2분 동안 거의 움직임이 봉쇄됐다.

나는 양쪽 손목 컨트롤을 파고들며 스탠딩 오픈을 시도했다.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

그립을 끊고 일어서는 순간, 기회가 왔다.

양쪽 무릎을 벌려 오픈가드를 깨트린 후 레그 드래그로 패스를 시도했다.

심판이 “PASSE!”를 외치자 순간 전광판에 3점이 올라갔다.


마지막 30초, 상대의 힙스케이프를 견고하게 막아내며 상위 포지션을 유지했다.

첫 경기, 승리.

그 순간, 온몸에서 땀과 긴장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 결승전 – 내 커리어 가장 치열한 6분



결승 상대는 러시아 선수.

키가 크고 다리 리치가 길어 그립파이트가 어려웠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상대가 데 라 히바 훅을 걸어 내 중심을 흔들었다.


“넘어가면 안 돼.”


나는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추고, 허벅지에 손을 꽉 누르며 털어냈다.

상대가 스윕을 시도하는 순간, 재빠르게 토리안도 패스로 코너를 잡았다.

그 순간, 백을 주며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여기다.”


나는 오른손으로 카라 그립을 잡고, 왼손으로 허벅지를 당겨 백 테이크에 성공했다.

양쪽 훅을 넣는 순간, 대회장 소음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세상에 나와 상대만 남은 것처럼 고요했다.


그립을 조이고, 턱 밑으로 암초크 라인을 파고들었다.

상대의 손이 허공을 몇 번 휘젓다가, 드디어 탭.

심판이 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 시상대 – 벨트 위의 눈물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는데, 벨트 위로 땀이 줄줄 흘렀다.

경기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마스터2 브라운벨트 -70kg 부문 1위.

스스로 수천 번 상상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뒤에서 일본 관중들이 박수를 치는 소리가 울렸다.

주짓수는 언어가 필요 없는 스포츠다.

그저 매트 위에서, 기술과 의지로만 소통한다.


시상대를 내려오며 조용히 벨트를 매만졌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모든 부상과 패배를 견뎌왔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 귀국 – 증명 끝에 얻은 자신감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오는 동안, 나는 계속 금메달을 가방에서 꺼내 들여다봤다.

주짓수는 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 자신을 증명하는 싸움이었다.


2025 IBJJF 아시아 챔피언십 마스터2 우승.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다음 목표는 블랙벨트, 그리고 더 큰 무대.

내 도복은 여전히 땀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 냄새야말로 내 모든 노력이 남긴 흔적이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