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게 꼭 터지는 폭탄처럼 끝나는 건 아니더군요.
가끔은… 아무 소리 없이 스르륵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주 긴 시간, 8년이란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엔 많이 달랐습니다.
성격도, 말투도, 살아온 방식도.
하지만 묘하게 서로를 채워주던 사이였죠.
저는 감정이 앞서는 타입이었고, 그 사람은 늘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그렇게 오래 만나다 보면요, 참 많은 일이 생깁니다.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론 함께 조용히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고, 함께니까 다시 웃을 수 있었죠.
최근 들어 이상했습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자꾸 부딪혔고, 그 작은 틈들이 조금씩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감정이 터졌습니다.
“아, 그래...”
그 말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던졌고,
그 사람은 그 말에 상처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며칠.
그리고 어느새 3개월이 흘렀습니다.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었고, 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건 이별이 맞습니다.
다만 누가 먼저 말하진 않았을 뿐이죠.
서로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속에서 이미 정리하고 있었던 걸지도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지만 그 사람도, 그 나름의 인내를 해왔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나만 이해한 줄 알았는데, 그 사람도 나를 이해하려 애썼겠구나.’
그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참 무의미합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기계처럼 움직이고,
웃긴 영상도, 맛있는 음식도…
전부 회색빛입니다.
허무함이라는 게 이렇게 무거운 건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거야? 정말 그냥 이렇게?’
누군가가 시나리오처럼 써놓은 것처럼,
감정의 마지막 장면을 찍고, 조용히 퇴장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 사람도… 나처럼 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요?
혹시… 나보다 먼저 이별을 준비해왔던 건 아닐까요?
그 긴 시간 동안, 나만 몰랐던 거라면?
정말 끝인 걸까요?
잊을 수 있을까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지금은 “잘 지내자”는 말도 버겁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밥을 먹고, 숨을 쉬고, 또 하루를 살아야 하니까.
그 사람과의 시간을 추억으로 삼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언젠간 “그래도 그 시간이 내 인생의 한 장이었지”
그렇게 말할 날이 오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도 아니고,
누구에게 이해받고 싶어서 쓴 글도 아닙니다.
그냥… 마음속에 쌓인 말을,
누군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봤습니다.
허무함의 끝에서,
조금은 덜 외롭기 위해서요.